릴리프 칼럼

부정출혈, 진료에서는 원인을 어떻게 찾을까요?

출혈이 있었던 날짜와 양, 함께 있었던 증상을 적어 두셨다면 진료에서 그 기록이 출발점이 됩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무엇을 보고, 어떤 검사를 하나요?”가 다음 질문일 텐데요.

부정출혈은 생리할 때가 아닌데 보이는 출혈뿐 아니라, 평소 생리와 양이나 기간이 뚜렷이 달라진 출혈까지 넓게 가리키는 말입니다. 의학적으로는 ‘비정상 자궁출혈’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진료가 어떤 순서로 범위를 좁혀 가는지, 각 검사가 어떤 질문에 답하려는 것인지 정리합니다.

진료실 책상 위에 붉은 방울과 여러 점이 있는 카드부터 점이 하나만 남은 카드까지 차례로 놓고, 마지막 점을 돋보기로 살피는 설명용 생성 이미지

원인을 차례로 좁혀 가는 과정을 표현한 생성 이미지입니다. 실제 검사 도구나 결과를 나타낸 것은 아닙니다.

진료에서는 무엇부터 확인하나요?

피가 나오는 위치와 임신 가능성을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속옷에 묻은 피가 모두 자궁 안에서 나온 것은 아니고, 임신과 관련된 출혈은 확인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질이나 자궁 입구인 자궁경부의 표면에서 피가 날 수도 있고, 드물게는 소변이나 대변과 함께 나온 피를 질 출혈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언제 피가 보였는지와 함께 성관계 뒤에 비쳤는지, 화장실에서 처음 알아챘는지처럼 발견한 상황도 물어봅니다.

임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생리처럼 보이는 출혈이어도 임신 검사를 먼저 합니다. 어린 나이나 폐경이 가까운 나이라고 해서 이 단계를 빼지는 않습니다.

문진에서는 복용 중인 약과 피임 방법도 확인합니다. 피임약이나 호르몬제를 시작하거나 바꾼 시기, 자궁 내 장치를 넣은 시점, 혈액이 잘 굳지 않게 하는 약을 먹는지에 따라 출혈이 잦아지거나 길어지기도 합니다. 예전부터 멍이 잘 들거나 잇몸·코피 출혈이 잦았는지도 단서가 됩니다.

부정출혈의 원인은 어떻게 나누어 보나요?

자궁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가 있는 ‘구조적 원인’과, 영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비구조적 원인’으로 나누어 봅니다. 국제적으로 쓰는 분류도 이 두 갈래를 바탕으로 원인을 빠짐없이 짚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구분예주로 확인하는 방법
구조적 원인자궁내막 용종,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이 지나치게 두꺼워지는 변화, 드물게 악성 질환진찰과 질초음파, 필요하면 조직검사나 자궁내시경
비구조적 원인배란이 고르지 않아 생기는 호르몬 변화, 피임약·호르몬제 등 약의 영향, 혈액응고 이상, 감염이나 염증문진과 출혈 기록, 필요에 따른 혈액검사·감염 검사

자궁내막 용종은 자궁 안쪽 막이 혹처럼 돋아난 것이고, 자궁근종은 자궁 근육에서 자라는 혹입니다. 둘 다 대부분 양성이지만 크기보다 위치가 출혈과 더 관련될 수 있어, 초음파에서 자궁 안쪽 공간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를 봅니다. 근종이 있다고 해서 지금의 출혈이 모두 근종 때문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비구조적 원인 가운데 흔한 것은 배란이 일정하지 않을 때의 호르몬 변화입니다. 생리가 시작된 뒤 처음 몇 년, 출산 뒤, 폐경으로 넘어가는 시기처럼 호르몬이 크게 출렁이는 때에 자주 나타납니다. 다만 이 설명은 다른 가능성을 살펴본 다음에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는 각각 어떤 질문에 답하나요?

같은 부정출혈이라도 문진과 진찰에서 얻은 단서에 따라 필요한 검사가 달라집니다. 아래 표는 모두 받아야 하는 목록이 아니라, 검사를 권유받았을 때 그 목적을 이해하기 위한 정리입니다.

검사답하려는 질문
임신 검사이번 출혈이 임신과 관련되어 있나요?
질경을 이용한 진찰질이나 자궁경부 표면에 피가 나는 곳, 염증, 돌기가 보이나요?
질초음파자궁내막의 두께와 모양, 용종이나 근종의 위치, 난소에 확인할 변화가 있나요?
자궁경부 검사최근 검진 시기가 지났거나 성관계 뒤 출혈이 있을 때, 자궁경부 세포에 변화가 있나요?
감염 검사분비물 변화나 염증 소견이 출혈과 관련되나요?
혈액검사출혈로 빈혈이 생겼나요? 필요하면 갑상선 등 호르몬 이상이나 혈액응고 문제도 확인합니다.
자궁내막 조직검사·자궁내시경자궁 안쪽 막의 세포에 변화가 있나요? 초음파로 본 부분을 직접 확인해야 하나요?

질초음파는 가는 탐촉자를 질 안에 넣어 가까이에서 자궁과 난소를 보는 검사입니다. 자궁내막의 상태와 혹의 위치를 보는 데 유용하지만, 생리 주기의 어느 시점에 보느냐에 따라 내막의 모습이 달라져 결과는 출혈 시기와 함께 해석합니다. 성 경험이 없거나 질초음파가 어렵다면 배 위나 다른 방법으로 볼 수 있는지 상담해 주세요.

자궁경부 검사는 출혈의 원인을 찾는 검사라기보다 자궁경부 세포의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한 확인입니다. 세포검사와 HPV 검사의 차이는 자궁경부 검사 칼럼에서 따로 다루었습니다. 생리 주기 변화에서 확인하는 호르몬 검사의 목적은 생리 주기 변화 칼럼을 참고해 주세요.

자궁내막 조직검사는 얇은 기구로 내막 일부를 채취해 세포를 분석하고, 자궁내시경은 가는 카메라로 자궁 안을 직접 봅니다. 이런 검사를 권했다는 것이 곧 암을 의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초음파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을 확인하려는 단계이며, 검사 중 생리통 같은 불편이나 출혈이 생길 수 있고 드물게 감염 등의 합병증도 있습니다. 준비와 과정은 자궁내막 조직검사 안내와 자궁내시경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이와 폐경 여부에 따라 무엇이 달라지나요?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폐경 뒤일수록 자궁내막을 직접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같은 양의 출혈이라도 어느 시기에 생겼는지에 따라 먼저 떠올리는 원인과 확인하는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생리를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았을 때 배란이 아직 고르게 자리 잡지 않아 출혈이 불규칙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생리량이 유난히 많았다면 혈액응고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기도 합니다.
  • 임신이 가능한 시기 임신과 관련된 출혈, 피임 방법의 영향, 용종이나 근종, 감염을 고르게 살핍니다. 비만·당뇨처럼 자궁내막의 변화와 관련된 위험 요인이 있거나 치료해도 출혈이 계속되면, 나이가 젊어도 내막 검사를 상의할 수 있습니다.
  • 폐경으로 넘어가는 시기 호르몬 변동으로 생리가 건너뛰거나 양이 달라지는 일이 흔하지만, 이 시기의 변화로만 설명하고 넘기지는 않습니다. 40대 중반 이후에는 출혈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고 내막을 확인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기도 합니다.
  • 폐경 뒤 생리가 끝난 뒤의 출혈은 양이 적거나 한 번뿐이어도 원인을 확인합니다. 질이나 내막이 얇아져 생기는 출혈이 흔한 편이지만, 내막의 변화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이는 판단에 반영하는 여러 정보 중 하나입니다. 같은 나이라도 출혈의 양과 반복 여부, 이전 검사 결과, 위험 요인에 따라 검사 계획은 달라집니다.

검사에서 원인이 바로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첫 검사에서 뚜렷한 원인이 보이지 않을 수 있고, 그렇다고 확인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그 검사로 배제한 것과 아직 남은 질문을 나누어 다음 계획을 정합니다.

초음파에서 이상이 없어 보여도 작은 용종처럼 초음파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변화가 있을 수 있고, 조직검사에서 분석할 만큼 검체가 충분하지 않으면 다시 검사하기도 합니다. 호르몬 변화가 원인으로 생각되면 그에 맞는 관리나 약을 쓰면서 출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켜보는데, 이 반응 자체가 다음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검사 뒤에도 출혈의 날짜와 양, 생리용품을 바꾸는 간격을 계속 적어 두세요. 처음 진료 때와 비교할 수 있어야 치료가 맞는지, 다른 원인을 더 찾아야 하는지 판단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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