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프 칼럼

반복되는 생리통·골반통, 원인은 어떻게 구분할까요?

매달 찾아오는 생리통은 너무 익숙해서 “원래 이런 거겠지” 하고 넘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몇 년째 비슷하던 통증이 요즘 들어 달라졌다거나, 생리가 끝났는데도 골반이 묵직하게 아프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앞선 글에서는 통증을 언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나누어 적는 방법을 소개했는데요. 오늘은 그렇게 모은 기록이 진료에서 원인을 구분하는 데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검사로 알 수 있는 것과 알기 어려운 것을 차례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생리통은 어떻게 나누어 볼까요?

생리통은 원인이 되는 질환이 없는 ‘일차 생리통’과, 골반 안의 다른 질환 때문에 생기는 ‘이차 생리통’으로 나누어 봅니다. 생리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어느 정도의 생리통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고, 그중 많은 경우는 일차 생리통입니다.

일차 생리통은 생리가 시작될 때 자궁 안쪽 막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많이 만들어져 자궁이 강하게 수축하면서 생깁니다. 이 물질은 생리 첫날 무렵 가장 많고 생리가 이어지며 줄어들기 때문에, 통증도 처음 하루이틀이 가장 심하다가 점차 가라앉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차 생리통은 자궁이나 난소, 골반 안에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따로 있는 경우입니다. 원인 질환이 자리 잡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초경 직후보다는 몇 년이 지나 새로 생기거나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살펴보는 점일차 생리통에서 흔한 모습이차 생리통에서 흔한 모습
처음 시작된 때초경 후 1~2년 안초경 후 여러 해가 지난 뒤
아픈 시기생리 직전이나 시작 무렵부터 2~3일생리 며칠 전부터 시작되거나, 생리가 끝난 뒤에도 이어짐
시간에 따른 변화나이가 들거나 출산 후 줄어들기도 함해가 갈수록 심해지거나 길어짐
진통제의 효과대개 적절히 복용하면 조절됨진통제로 잘 가라앉지 않을 수 있음

다만 이 표는 경향일 뿐, 경계가 뚜렷하게 나뉘지는 않습니다. 일차 생리통처럼 보여도 원인 질환이 있을 수 있고, 두 가지가 함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일차 생리통은 진찰과 검사에서 다른 원인이 보이지 않을 때 내리는 판단입니다.

생리 주기에 따라 흔한 생리통, 원인 질환이 있을 때의 통증, 주기와 상관없는 통증이 나타나는 시기를 비교한 도식

어떤 변화가 있으면 다른 원인을 살펴봐야 할까요?

통증의 ‘세기’보다 ‘변화’에 주목해 주세요. 예전과 같은 생리통이라도 아래와 같은 모습이 더해졌다면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없던 생리통이 새로 생겼거나, 전보다 점점 심해지고 오래갈 때
  • 진통제를 챙겨 먹어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아플 때
  • 생리량이 눈에 띄게 늘었거나, 생리 사이에 출혈이 있을 때
  • 성관계 중이나 후에 아프거나, 소변·대변을 볼 때 골반이 아플 때
  • 생리 기간이 아닐 때도 골반 통증이 반복될 때
  • 배가 더부룩하거나 묵직한 느낌이 몇 주씩 이어질 때, 식욕이 줄거나 의도하지 않게 체중이 줄 때

자궁 내 장치를 넣은 뒤 처음 몇 달 동안은 생리통이 늘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심해진다면 진료 때 함께 이야기해 주세요.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질환은 무엇인가요?

이차 생리통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은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자궁근종이며, 감염이나 난소의 혹, 장·방광의 질환도 함께 생각합니다. 아래 설명은 진료에서 무엇을 확인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 증상을 맞추어 스스로 진단하는 용도는 아닙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쪽 막과 비슷한 조직이 난소나 골반 벽처럼 자궁 바깥에 자리 잡는 질환입니다. 생리 때마다 이 조직에서 염증과 출혈이 반복되고, 그 결과 주변 장기끼리 들러붙는 유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심한 생리통 외에도 생리와 상관없는 골반통, 성관계 때의 통증, 배변·배뇨 시 통증이 나타날 수 있고 임신이 잘 되지 않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자궁선근증은 자궁 안쪽 막의 조직이 자궁 근육층 안으로 파고드는 질환입니다. 자궁이 커지면서 생리통과 함께 생리량이 많아지는 경우가 흔하고, 아랫배가 묵직하거나 부푼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30대 이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증상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궁근종은 자궁 근육에 생기는 양성 혹입니다. 작은 근종은 대개 통증이 없고, 통증보다는 생리량 증가나 아랫배를 누르는 느낌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치나 크기에 따라 생리통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이 밖에 골반염처럼 자궁과 난관, 난소에 생기는 감염은 생리 주기와 상관없는 통증과 열, 분비물 변화를 동반할 수 있습니다. 난소의 물혹은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꼬이거나 터지면 갑자기 심한 통증이 생깁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이나 방광 질환처럼 생리 무렵 증상이 심해지는 다른 질환도 있어서, 산부인과 원인만 찾는 것은 아닙니다.

진료에서는 어떤 순서로 원인을 확인할까요?

진료는 통증의 역사를 자세히 듣는 것에서 시작해, 진찰과 초음파로 원인의 범위를 좁혀 가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검사를 받는 것은 아니며, 이야기와 진찰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검사를 고릅니다.

  • 이야기 나누기 처음 생리통이 시작된 나이, 최근의 변화, 생리 주기와 통증이 겹치는 시기, 진통제의 종류와 효과, 생리량, 동반 증상, 임신 가능성과 임신 계획을 확인합니다. 통증 기록이 있다면 이 단계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 진찰 배를 눌러 아픈 곳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내진으로 자궁과 난소의 크기와 움직임, 누를 때의 통증을 살핍니다. 진찰이 불편하거나 걱정된다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 초음파 검사 자궁과 난소의 모양을 보며 자궁근종, 자궁선근증을 의심할 수 있는 변화, 자궁내막증으로 생긴 난소의 혹 등을 확인합니다.
  • 필요할 때 더하는 검사 감염이 의심되면 분비물 검사나 혈액검사를, 임신 가능성이 있으면 임신 확인을 먼저 합니다. 원인을 더 자세히 봐야 하면 MRI 같은 영상검사나 복강경 검사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연계하기도 합니다.

진료의 목표는 원인을 찾는 것과 함께 지금의 통증을 줄이는 것입니다. 치료는 원인과 나이, 임신 계획에 따라 진통제, 호르몬 치료,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 등으로 달라지고, 호르몬 치료는 사람에 따라 쓰기 어려운 경우와 부작용이 있어 충분히 상담한 뒤 정합니다.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괜찮은 건가요?

초음파가 정상이라는 것은 ‘눈에 띄는 혹이나 구조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는 뜻이지, 통증의 원인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자궁내막증은 작은 병변이나 유착이 초음파에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혈액으로 재는 CA-125 수치도 참고할 수 있지만, 자궁내막증이 아닌데 높거나 자궁내막증이 있는데 정상인 경우가 있어 이 수치 하나로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자궁내막증을 확실히 진단하려면 복강경으로 골반 안을 직접 보아야 하는데, 이는 수술적 검사이므로 모든 사람에게 먼저 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검사가 정상이어도 증상이 뚜렷하다면, 통증을 줄이는 치료를 먼저 시작하고 그 반응을 보며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에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기면 다시 평가합니다. 한 번의 검사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통증을 참고 지낼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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